[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커피, 녹차 등을 통해 쉽게 섭취하는 카페인이 치명적 질병인 뇌암 세포의 성장을 둔화시킨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최초로 규명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한홍택)은 신경과학센터 이창준 박사팀이 경상대 강상수 교수 등 국내외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카페인이 뇌암 세포의 움직임과 침투성을 억제 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캔서 리서치(Cancer Research)' 1일자에 게재됐다.

KIST에 따르면 '뇌암(Glioblastoma)'은 진단 후 평균 수명이 1년 이내인 치명적인 질병으로 뇌암 세포는 활발한 움직임과 침투성이 있어 뇌에서 신경세포인 뉴런을 포함한 여러 세포들을 사멸시키고 빠르게 전이된다. 이에 따라 뇌암은 외과적 수술을 통해서도 완치가 불가능 하며, 현재 치료제도 2.5개월의 평균수명을 연장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뇌암 세포의 활동과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칼슘'에 주목했다. 칼슘 분비에 관여하는 세포 내의 'IP3R'이 뇌암 세포에서 특히 많이 발현되고 있으며 카페인이 'IP3R'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세포 내 칼슘 농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한 것이다.

연구팀은 '칼슘 이미징', '침투 측정', '분자적 실험 기법', '동물 모델에서의 생존 측정' 등의 다양한 첨단 기법을 이용해 카페인이 세포 내 칼슘 농도를 줄이고, 활동과 전이를 억제한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관계자는 "동물 모델에 적용한 결과 카페인을 섭취한 군에서 뇌암 세포의 전이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으며, 생존률 또한 2배 정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동물 모델에서 사용한 카페인의 양은 하루 약 2~5잔의 커피에 포함된 양이라고 연구팀 측은 덧붙였다.

이창준 박사는 "이번 연구는 카페인이 뇌암 세포의 전이를 억제한다는 것을 최초로 밝힌 것"이라며 "향후 뇌암 치료 약물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임상실험을 통해 이번 성과의 효능을 검증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